[스포주의]
편집증(paranoia)을 앓는 주인공은 허리케인으로 죽는다는 망상에 시달린다. 영화 전반에 걸쳐 주인공의 편집성 망상이 다양하게 그려지고, 영화 종반부, 두려움에 맞서 자신의 의지로 쉘터를 탈출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흡사 행동치료(Exposure and Response Prevention; ERP)의 기적적인 성공을 그리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서 관객은 충격적인 반전과 마주한다. 주인공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허리케인이 정말로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두려움에 떠는 대신 침착한 얼굴로 가족을 챙기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강박장애와 같은 신경증 환자가 겪는 강박관념은 사실 실현 가능성을 100% 배제할수는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에 100%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리라 보장할수 있는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무리 허황되고 우스꽝스러운 망상도 사실 실현가능성이 정확히 0%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사건의 실현 가능성을 정확히 인지시켜 재앙화 사고임을 주지시키는 방식의 인지치료기법은 치료효과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강박증 환자는 애당초 그에게 주어지는 모든 사건을 100% 통제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런 환자에게 자신이 걱정하고 있는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0%에 가깝다는 것은 그리 만족스러운 사실이 아닌 것이다. 환자는 0%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정확히 그리고 틀림없이 0%에 “딱 맞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결국, 심리 상담적 차원에서의 강박증 치료의 핵심은 이러한 통제의 욕망을 어떻게 처리 시키느냐가 된다.